"아니, 그럼 아가씨는 뭐 다르게 살길 바라기라도 했어요? 에고.... 순진하기도 해라"
행복과 결핍
행복이란 무형체에 노력한다고 닿을 수 있을까? 그럴 경우도 물론 있지만 아닐 경우도 있을 뿐더러 그 경우는 필히 절망적이다. 또한 그 절망인들에게 행복은 보이지 않은 허상이 되어 눈을 흐리게 만든다. 주란과 상은은 그러했다. 주란은 가정의 안정을 중심으로, 상은은 금전적 여유를 중심으로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둘의 행복을 위한 방향성은 다르지만 서로의 결핍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각자의 결핍을 채우면 보다 행복해질거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노력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행복이란 사명으로 결핍을 채우고자 집착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과연 결핍을 채운다고 해도 새로운 결핍이 나타나지 않을까? 인간이란 욕심은 끝이 없고 누구든 완벽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오히려 반대로 주인공들은 행복을 쫓은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결핍으로 인한 불안, 불안이 그들을 움직인건 아닐까? 불안은 집착으로 변하기 십상이다.또한 노력이란 말을 많이 했는데 그 둘의 비인간적인 행보에 노력이란 단어를 붙이기에는 노력이란 단어의 모멸일지도 모른다.
주란
주란의 행복은 주란의 생각으로는 화단에 마주한 시체 이후로부터 행복을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시체를 마주한 뒤로 누가 살해한 것인지, 시체를 향한 남편의 이상한 태도는 주란을 더 흔들리게 했다. 그렇게 주란은 시체라는 사건을 해결해 가정의 평안을 되찾고자 진범에 대해서 나름대로 수소문한다. 하지만 여기서 모호한 점은 주란의 태도다. 주란 입장에서 진범이 남편으로 좁혀질 수록 주란의 태도는 모순적이다. 만약 남편이 진범이라면 주란의 목적인 가정의 평안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작품은 주란입장에서 서술되기 때문에 남편을 고발하고 승재랑 잘 살면된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지만 승재와 사이가 좋아보이지도, 그렇다고 관계가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모습도, 승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소통하지도 않는다. 결론적으로 주란은 가정의 안정을 위해서 노력한 것이 아니다. 주란이 시체를 발견하기 전의 상황을 종종 원해왔지만 사실 그 이전의 가정의 상황이 행복했던건 맞았을까? 이전으로 돌아가 다시 행복해지기를 소원해왔지만 아니다.
주란은 줄곧 불행해 왔다. 주란의 정신병의 원인은 죽은이들을 향한 집착이다. 죽은 언니에 대해서도 계속 집착하다. 이후에는 죽은 시체에 집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집착은 그녀를 불안하게한다. 그러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시체인 수민이와 관련해 계속 계속 무언가 행한 것이다. 주란은 수민이를 누가 죽였는지 중요하지 않는다. 주란은 마음가는대로 행동 했을 뿐이다. 무엇하나 제대로 한게 없다. 그저 불안하니깐 나의 정신이 불안정하니깐 안정되기 위해서 잘 모르겠지만 무엇이라도 한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불안이 무엇인지도 모른체 계속 행하다. 남편이 죽고 나서 언니를 잊고 남편과 수민이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부수적으로 작품에서는 주란은 승재가 수민이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확실하지 않다. 승재가 아무리 철부지 어린애라고 하지만 살인도구를 방안에 고대로 놓는게 말이 되는가? 작품은 어디까지나 주란의 생각이다. 즉 노끈을 살인도구로 보는건 주란이다. 범인은 승재인지, 남편인지는 알 수 없다.
상은
상은은 남편을 죽였다. 보험을 타먹기 위한 금전적인 목적으로 말이다. 결과적으로 나름 다 잘풀려 상은의 범죄행위도 잘 넘어갔고 결과적으로 주란에게 1~2억을 받았으니 주란의 목적은 달성했을지도 모른다. 작품 극후반에 상은의 올케언니가 그녀에게 하는 말이 있다. "아니, 그럼 아가씨는 뭐 다르게 살길 바라기라도 했어요? 에고.... 순진하기도 해라" , 나는 이 말이 작품 속에 몇 없는 작가의 첨언인거 같다. 이 세상을 돈으로만 되는 줄 알고 살인을 저지르고 또 다른 살인을 계획했던 상은에게 비웃는 것 같다. 주어진대로 살아가는게, 그저 세상에 순응하며 살아가는게 어른인 것인가. 그렇다면 상은은 철없는 아이같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보다 빛나는 삶을 꿈꾸었고 그저 순응하며 살아가기 싫었던 것 같다. 그래봤자 살인자, 철없는 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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